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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일자리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기고 | 권기석 교수(국립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AI 시대,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묻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예전에는 영화 속 상상으로 여겨졌던 기술들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비서, 자동번역, 자율주행차, 상담 챗봇 등은 이제 낯설지 않은 기술이 되었고,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면 항상 노동에 대한 영향력이 이슈가 되어 왔다. 19세기 초 영국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신기술인 방적기계에 대한 노동자들의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 (Luddite Movement)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새로운 기술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우려는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최근 AI의 발전도 일자리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이들은 궁금해한다. ‘AI 때문에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미래에는 어떤 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되었다.



AI가 바꾸는 일자리 풍경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의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기계는 인간의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했지만, 오늘날의 AI는 지능적인 판단과 언어처리까지 가능해져 사무직, 법률,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 택시기사나 트럭 운전사 같은 운송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로 향후 수백만 명의 운전직 종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산업혁명 당시 농업과 수공업 일자리가 감소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리걸테크 (LegalTech)’라고 불리는 AI 기술이 계약서 분석, 판례 검색 등을 빠르게 수행하면서 변호사 업무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단지 ‘일자리를 없애는 일’만은 아니다.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데이터 과학, 로봇 공학 조작, AI 시스템 관리 등은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AI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러한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2023년 세계 경제 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2025년까지 AI는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8,500만 개의 기존 일자리를 없앨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직업과 기능에 따른 영향

AI가 모든 직업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은 AI가 쉽게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은 여전히 사람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 연구자들은 AI의 영향을 받기 쉬운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기능(skills) 중심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작업이나 수치 계산, 일정한 공식에 따라 처리되는 업무는 AI가 매우 잘 수행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의 단순 조립 작업, 단순한 데이터 정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한 일,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 복잡한 판단과 감정적 고려가 필요한 일은 여전히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담, 기획, 디자인, 예술, 교육 분야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챗GPT(ChatGPT) 같은 생성형 AI는 언어와 정보 처리 능력이 매우 뛰어나 일부 사무직과 콘텐츠 제작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 작성, 이메일 초안 작성, 요약 정리 등의 업무는 AI가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 이러한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더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AI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사람이 완전히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결정이나 인간적인 감성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며, AI는 그 보조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치로 보는 일자리 변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예측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는 평균 22%의 인간노동이 AI로 대체되며, 5년 후엔 40%, 10년 후엔 60%대의 직업이 교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50년 후에는 99%의 인간의 노동이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 즉, 운송, 금융, 행정, 고객 응대 등의 업무에서 변화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예측과 비슷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경제포럼」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약 52% 가 AI와 로봇,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추산하고 남성, 중장년층, 고졸 이하 학력자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아직까지 AI가 실업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연구결과도 있다. 「OECD 고용전망보고서」 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아직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클지 불확실하다고 결론지었다.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실제로 업무처리 방식이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제도나 사회적 환경이 그 변화를 흡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바꾸느냐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제도의 준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와 개인의 대응 전략

AI 시대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다’는 시각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재교육 제도, 직업 전환 기회,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사회에서는 기존 직업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라지는 일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겨나는 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직업 재교육’이다. 정부와 기업은 직업 교육을 확대하고, 실직자나 위기에 놓인 노동자에게 전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가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판단을 할 때, 그것이 얼마나 공정한지, 차별적이지 않은지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AI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민적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과학기술학 연구」 는 ‘알고리즘 통치’라는 개념을 비판하며, 인간의 자율성과 판단력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삶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준비하는 AI와의 공존

AI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이 변화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된 개인’과 ‘책임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개인은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배워야 하고, 사회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의 교육은 물론, 직장 내 훈련과 평생학습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만들고, 기업은 기술 도입과 함께 사람을 위한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결국, AI 시대의 일자리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또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변화는 우리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다. AI 시대,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바뀔까?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