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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과학을 향해, KISTI와 UNESCO가 함께하는 오픈 사이언스 협력

모두를 위한 과학을 향해, KISTI와 UNESCO가 함께하는 오픈 사이언스 협력


1962년, KISTI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KORSTIC)의 설립에는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지원이 있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나 KISTI는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 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고, 2023년에는 유네스코와 오픈 사이언스 협력 및 세계기록유산의 디지털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같은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이제 KISTI와 유네스코는 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오픈 사이언스’가 있다. 2025년, KISTI와 유네스코는 본격적인 공동연구의 첫발을 내디딘다.



왜 지금, 오픈 사이언스인가?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는 다국어로 된 과학 지식에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며 활용·재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다양한 실천을 아우른다. 과학 지식의 생성 과정에 사회 전반의 참여를 확대해 협업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학 지식은 일부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과학적 성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과학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서는 오픈 사이언스가 과학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고비용의 연구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데이터, 소프트웨어, 지식 자원에 대한 개방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픈 사이언스는 지식 공유를 넘어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의 기반이 된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인식 아래, 2021년 제41차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의 합의로 ‘오픈 사이언스 권고안(UNESCO Recommendation on Open Science)’을 채택했다. 이는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최초의 국제 기준으로, 단순한 데이터 개방을 넘어 지식 생산과 공유 전반에서 포용성과 공정성을 실현하는 과학 생태계라는 정의를 제시한다. 권고안은 투명성, 협업, 포용성 등을 포함한 여섯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실천을 촉구한다.


KISTI는 이러한 국제 흐름에 발맞춰 과학기술 데이터 분야 전문 연구기관으로 전문성을 확보해 왔다. 사이언스온(ScienceON),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DataON), 국가오픈액세스플랫폼(AccessON) 등 KISTI는 연구자가 필요한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과학기술 데이터 제공과 확산은 KISTI가 지난 수년간 집중해 온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국내를 넘어 국제 협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


KISTI는 그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유네스코와 함께 오픈 사이언스 협력사업을 시작했다. KISTI의 기술력과 유네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의 연구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오픈 사이언스를 확산할 예정이다.



오픈 사이언스 협력의 첫발, 파리에서 내딛다

2025년 6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개방형 솔루션 육성, 오픈 사이언스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KISTIUNESCO 협력사업’의 출범식이 열렸다. 본 공동연구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진행되며, 오픈 데이터 정책 프레임워크 수립 및 역량 강화, 다이아몬드 오픈 액세스 확산 및 소프트웨어 헤리티지(Software Heritage) 내 소프트웨어 유산의 보존을 위한 협력을 진행한다. 또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오픈 데이터 플랫폼 도입 등을 포함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출범식에 앞서 유네스코는 이틀간 ‘공공부문 AI 및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를 위한 컨퍼런스(UNESCO Conference on Capacity Building on AI and Digital Transformation in the Public Sector)’를 개최해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이후 출범행사가 개최되며 논의의 흐름을 이어갔다. 행사에는 KISTI 이식 원장, 주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박상미 대사, 프랑스 국립연구재단 클레르 지리 이사장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네트워킹 세션이 마련되어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기대를 나눴다.



“KISTI-유네스코 공동연구를 넷플릭스 시리즈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은 그 예고편을 보는 날입니다.” 출범식은 유네스코 길헤르메 카넬라 국장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유네스코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 및 스페인어로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되었으며, 유네스코 회원국 및 지역 사무소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첫 순서는 박상미 대사, KISTI 이식 원장, 유네스코 토우픽 젤라시 커뮤니케이션·정보 부문 사무총장보의 개회사였다. 이들은 한국의 과학기술 성장의 역사,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과 오픈 사이언스 권고안의 이행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오픈 데이터 정책 설계, 소프트웨어 헤리티지 참여 등 공동연구 추진 로드맵 발표가 이어졌다.


이어 구체적인 오픈 사이언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급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진행되었다. 클레르 지리 이사장과 앙골라 고등교육과학기술혁신부 에우리코 곤굴라 국장, 소프트웨어 헤리티지 프로젝트 창립자인 로베트로 디 코스모 교수, KISTI 송사광 책임연구원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각국 연사들은 오픈 데이터 정책 수립과 실행 방안, 다이아몬드 오픈액세스 도입 및 소프트웨어 헤리티지 협력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송사광 책임연구원은 “연구 데이터도 수도와 전기처럼 하나의 공공 인프라로 다루어져야 한다”며 KISTI의 오픈 데이터 활동을 소개했고, 로베르토 디 코스모 교수는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공학 종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이제 모두가 활용할 수 있다”라며 소프트웨어 헤리티지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5년 후 오픈 사이언스 생태계의 모습 등 청중들의 다양한 질의가 오갔다. 



폐회사는 유네스코 리디아 브리토 자연과학 부문 사무총장보가 맡았다. 그는 이번 협력이 다양한 협업 기반의 오픈 사이언스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과학은 인류 모두를 위한 공공재임을 강조했다. 과학을 위한 협력에서 이제는 모두가 함께 실천하는 움직임으로, KISTI는 오픈 사이언스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 생태계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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