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I로 광고 산업의 진화를 꿈꾸다, 덱스터크레마
인터뷰 | 손동진 대표(덱스터크레마)
과학기술 기반의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KONI를 개발한 KISTI는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기술 자립을 이끌고 있다. KONI는 한국어 기반의 정제된 학술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된 한국형 거대 언어 모델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무 중심의 AI 응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KISTI와 함께 KONI를 사업화하고 있는 덱스터크레마 손동진 대표를 만나 KONI의 기술이전 과정부터 파급효과, 앞으로의 협력 방향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와 함께 덱스터크레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덱스터크레마 대표 손동진입니다. 저는 2001년 광고업계에 입문해 제일기획에서 9년간 근무한 뒤, 디지털 마케팅의 가능성을 보고 2009년 크레마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2021년, 영화 · 드라마 VFX 전문 상장사인 덱스터스튜디오에 인수되면서 덱스터크레마로 새롭게 출범했고, 현재 4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창업 초반 10년은 글로벌 광고주 대상의 크리에이티브 중심 에이전시였지만, 최근 4년은 데이터 마케팅, 애드테크, AI 기반 마케팅 솔루션 등 ‘테크 베이스 에이전시’로 전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습니다.
Q. 기술이전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0~2021년에 메타버스가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광고도 ‘버추얼 프로덕션’, ‘버추얼 전시’, ‘버추얼 이벤트’ 등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버추얼’을 붙여야 할 정도였습니다. 덱스터크레마는 그 흐름에 맞춰 버추얼 휴먼까지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형 AI를 접하게 됐고, 챗GPT(ChatGPT)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자동화를 실험했습니다. 당시 개발자가 없는 조직에서 광고 기획자와 크리에이터들이 힘을 합쳐 챗GPT를 활용해 광고 데이터 분류와 인사이트 도출을 시도했는데 꽤 쓸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PI 과금 문제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상) 등으로 인한 한계에 부딪히면서 자체 LLM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KISTI의 KONI(KISTI Open Natural Intelligence, 한글명 고니)를 찾아냈습니다. KONI를 처음 접한 건 2024년 초, 뉴스에서였습니다. ‘국내 최초 한국형 LLM’, ‘정제된 논문 기반 학습’, ‘슈퍼컴퓨터 인프라 활용’과 같은 키워드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KISTI에 무작정 연락을 해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초거대AI연구센터장님께서는 어느 작은 광고 대행사 대표의 협업 제안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셨지만, 여러 번 대전 본원으로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으로 내용을 설명하면서 신뢰를 얻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R&D) 과제까지 함께 추진하게 됐습니다.
Q. KONI는 어떤 기술인가요?
KONI는 KISTI가 개발한 한국형 LLM입니다. 특히, KONI는 기존 상용 LLM과 달리, 한국어 기반의 과학기술 전문 지식을 학습한 모델로, 국내외 논문, 학술 정보 등 고정밀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제돼 있어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LLM이지만 오픈소스 기반 모델과는 다르게 한국어 처리에 특화돼 있고, 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자원으로 안정적으로 학습되고 운용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광고·마케팅이라는 도메인 특화 모델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는 이러한 기반 모델을 파인튜닝(fine tuning)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자원과 학술데이터 기반의 정제 기술은 일반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Q. 기술이전 과정에서 KISTI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KISTI는 단순히 기술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주는 동반자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이경하 센터장님을 비롯한 연구진이 저희처럼 비전문 조직에도 꾸준히 자문과 실무 협업을 이어가 주셨던 점이 감사했습니다. 기술이전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일이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없는 상황에서 문과 출신 기획자들이 프로젝트를 끌고 갔고, 저도 AI 기술과 용어를 공부하면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KISTI 연구진과 협업하면서 개발 이해도가 높아졌고, 결국엔 실제 개발자를 채용해 내재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KONI 기술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비용 절감과 할루시네이션 감소, 속도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챗GPT 등 상용 LLM을 사용할 경우 API 과금이 큰 부담이지만, 자체 튜닝된 모델을 사용하니 과금 구조가 효율적이었습니다. 튜닝된 LLM은 검색어 기반 광고 인사이트 도출 등 특정 업무에 특화돼 있어 기존 인력 중심의 작업 대비, 속도와 정확도 모두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KISTI와의 협업 자체로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국책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중소 광고 대행사로서는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이로 인해 중기부 R&D 과제 수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언론 보도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인력 중심의 광고 제작 프로세스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실질적인 기초가 되었고 조직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한 계기가 됐습니다.
Q. KONI를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 쿠키리스(Cookieless) 환경 대응 등 앞으로의 데이터·AI 전략이 궁금합니다.
쿠키리스 시대, 개인정보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 효과를 내려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검색한 키워드를 AI가 분류하고, 검색 의도에 따라 소비자 페르소나를 생성해 맞춤형 광고 카피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이미지까지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자동화 솔루션 ‘애드플로러(Adplorer)’입니다.
애드플로러는 KONI와 다양한 상용 오픈 LLM을 결합해 검색어 분류부터 카피 생성, 이미지 제작, 미디어 집행까지 광고 전 과정을 일괄 자동화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광고 제작 프로세스에 소요되는 시간을 1/30로 줄여 효율성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KONI를 고도화하기 위한 자체 전략이 있다면요?
애드플로러가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기 위해 KISTI와 협력해 작년에 완성되었던 라마(Llama) 70B 기반으로 개발된 KONI를 광고 쪽에 맞게 튜닝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처음 시도에는 모델학습이 끝난 후 수행해 보니 성능치는 충족했지만,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자원과 서버 비용이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KISTI 연구진과 논의 끝에 1B 크기의 젬마(Gemma)를 기반으로 한 KONI의 금년도 신규 버전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1B 크기밖에 안 되는 경량 모델이지만, 광고 분야에 필요한 수준의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할루시네이션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덱스터크레마는 목적에 맞는 모델 크기와 성능을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실무에 적합한 형태로 최적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성능 좋은 모델’보다는 ‘비용 효율성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전략입니다. KONI는 상황과 과제에 따라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플랫폼형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베이스 모델이나 경량화 기술이 나오면 그에 맞춰 계속 실험하고 반영해 고도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Q. KONI가 국내 광고 시장에 가져올 파급효과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자동화’입니다. 기존 광고 산업은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고 수작업이 많은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LLM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가 본격화되면, 적은 인원으로도 고품질 광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도 AI 기반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양질의 광고 및 캠페인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광고 산업 내 기술 접근성의 문턱을 대폭 낮춰주는 것이 KONI의 가장 큰 파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데이터 보안과 거버넌스입니다. 상용 LLM을 사용할 경우 광고주의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로 노출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KONI처럼 기업 내부에 온프레미스(On-premises)로 설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기업들은 보다 안심하고 AI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결국, KONI는 국산 LLM이 실무 중심 산업에 들어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낸 첫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광고업계를 시작으로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된다면, 우리나라 AI 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Q. 앞으로 KISTI와 협력하고 싶은 기술이나 연구 분야가 있다면요?
광고 산업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댓글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정제하고 AI에 학습시키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가공 기술이 이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는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즉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텐데, 이 역시 KISTI가 보유한 인프라와 노하우가 더해지면 훨씬 넓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KONI’와 관련한 향후 계획과 더불어 중장기 비전이 궁금합니다.
KONI 기반의 초개인화 AI 마케팅 솔루션 애드플로러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AI 인플루언서 마케팅 솔루션 ‘링크플로러(Linkplorer)’와 영상 제작 자동화 솔루션 ‘크리플로러(Creplorer, 가칭)’ 등 다양한 솔루션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KON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경량형 모델을 자체 개발해나갈 계획이고, 비즈니스적으로는 솔루션형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아닌 맞춤형 패키지와 교육·운영까지 포함한 통합 모델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기술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잘 ‘포장’해서 시장에 맞게 전달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덱스터크레마는 다양한 원천 기술들을 먼저 센싱하고, 그것을 기획과 포장으로 연결해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광고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광고라는 도메인에서 가장 먼저 실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ISTI와의 협업이 없었다면 이러한 실험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앞으로도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