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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하게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

과학기술을 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하게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

기고 | 정민중 단장(KISTI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



과학기술이 직면한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 해답은 더 빠르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연구개발(R&D)의 ‘속도’는 곧 경쟁력이 되었다. KISTI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은 GPU 기반 고속 연산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전 과정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계산 성능 향상을 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 기반 해석 플랫폼과 실시간 시뮬레이션 환경까지, 연구단은 과학기술이 직면한 난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며, 핵심 분야에서 연구의 속도와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KISTI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 정민중 단장의 기고문을 통해 계산이 앞서면 기술도 앞선다는 믿음 아래, 시간을 앞당기는 기술로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R&D의 속도를 다시 쓰는 기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한 가속 기술 개발은 오늘날 과학기술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계산은 순차적인 연산에서 여전히 강점을 지니지만, 복잡하고 대용량의 연산이 요구되는 과학기술 시뮬레이션에서 속도와 처리량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기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열유체역학, 분자동역학, 중성자 해석,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대형화되고 있는 최근의 과학 문제는 수백에서 수천만 개의 수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병렬 연산 구조가 필요하며, 이때 수천 개 이상의 코어를 활용하는 병렬 연산 처리에서 GPU는 기존 CPU보다 수십 배 빠른 계산 성능을 제공한다.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은 복잡한 계산을 GPU 기반의 컴퓨터로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고속 연산 기술 개발과 동시에 웹 기반 해석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고성능 계산 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자 친화적인 워크 벤치를 제공하고 다양한 기관의 연구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연구단은 기존 고신뢰도모델가속기술연구단과 HPC융합 플랫폼연구단을 통합해 2025년 2월 새롭게 출범한 조직으로, 수치해석개발팀, 엑사컴퓨팅연구팀, 해석플랫폼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단은 열유체 해석, 중성자 수송, GPU 병렬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기술과 웹 기반 시뮬레이션 워크벤치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특화 연구 환경, 단일 인터페이스 기반 미들웨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슈퍼컴퓨팅가속화연구단의 대표적인 연구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특히, 연구단은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TOP 전략 연구단과 디지털 가상원자로 개발의 일원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세계적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고신뢰도 신속 검증 및 고수준 자율 운전이 가능한 SMR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는 원자로 설계 기술을 가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래 그림과 같이 실시간 시뮬레이션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저탄소 미래 에너지 확보 모델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GPU 기반의 최적화를 통해 기존 대비 20배의 계산 속도 향상이라는 구체적인 성과지표는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기술들을 혁신형 SMR, 용융염원자로, 소듐 고속로, 우주용 원자로, 고온가스로 등 다양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시스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기술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단은 또한 연구자들이 플랫폼에 접속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GPU 최적화까지 지원한다. 연구단 기술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부터 새로 도입될 슈퍼컴퓨터 6호기 시스템에까지 적용할 수 있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조용하지만 빠른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형 R&D는 ‘누가 먼저 계산하고, 검증하고, 적용하느냐’의 싸움이다. GPU 가속 기술은 바로 그 싸움에서 속도를 무기가 되도록 해주는 핵심 엔진이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옵션이 아닌 국가 연구 인프라의 핵심 전략 자산이다. 실제로 연구단은 열유체 직접 수치해석 코드를 GPU에 맞게 포팅해 실시간 수준의 시뮬레이션 성능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 시간을 대폭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은 학문적 기여를 넘어 원자력, 반도체, 신약개발 같은 전략적 산업 핵심 분야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위험을 낮추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실용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학기술에 있어 시간이 곧 경쟁력이라면, 슈퍼컴퓨팅 가속화연구단은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앞당기는 기술’을 개발하는 그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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