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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시대, 소프트웨어가 여는 새로운 연구혁신

양자 컴퓨팅 시대, 소프트웨어가 여는 새로운 연구혁신

기고 | 류정희 센터장(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가 정립된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양자정보과학기술은 인공지능과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미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양자 컴퓨팅은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계산 패러다임으로,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ISTI는 국가 전략기술 확보와 연구자 지원을 위해 양자 컴퓨팅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서비스 체계 구축 및 양자 알고리즘, 양자정보이론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같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확률적이면서도 가역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존 컴퓨팅으로는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에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소 재와 에너지, 금융, 암호,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수소 에너지 생산을 위한 최적 촉매 설계, 물류 운송 효율화를 위한 경로 최적화, 차세대 배터리 소재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분석 등이 그 사례다. 이처럼 양자 컴퓨팅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미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은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마련 했고, 유럽연합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연구개 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막대한 국가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양자과학기술 전략」과 「양자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퀀텀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2030년대 범용 양자 컴퓨터 상용화를 대비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결국, 양자 컴퓨팅은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다.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의 연구성과와 역할

KISTI는 국가슈퍼컴퓨팅본부 내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양자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 및 양자 알고리즘 활용 연구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 컴퓨팅 시스템 대상 활용 통합 인터페이스 개발과 서비스 프레임워크 구축을 들 수 있다. 지금은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의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플랫폼은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구조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동작하는 양자 회로 모사 에뮬레이터와 초전도 기반 양자 컴퓨터와의 연동을 위한 API 서비스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양자 에뮬레이터는 국립금오공과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분산 병렬처리 기술을 적용한 초고 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풀 상태 벡터 방식으로 동작한다. 해당 에뮬레이터는 복잡도가 높은 범용 게이트 회로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수행했으며,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에서 41큐비트 회로 연산까지 병렬 확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동시 접속자 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연구자들에게 30큐비트급 규모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실제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에 적용하기 전 단계에서 양자 알고리즘 검증 및 활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켜 주고, 국내 양자 컴퓨팅 연구자들의 연구 및 교육 활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신소재 개발을 위한 광 및 중성원자 기반 양자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수소 에너지 신소재 개발에 활용해 유용성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소재 혁신 양자 시뮬레이터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제에서는 수소 생산 및 저장 신규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기존의 고전컴퓨팅만을 사용하는 방법론을 벗어나, 양자 시뮬레이터와 고전 컴퓨터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활용하는 방법론을 도입했다.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는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 하고 있다.


2024년에는 광기반 양자 에뮬레이터와 고전컴퓨터의 하이브리드 알고리즘 구동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2025년에는 광기반 양자 시뮬레이터 하드웨어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알고리즘 구동 테스트 및 시연을 계획 중이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본 센터에서 계획 중인 양자-HPC 하이드리브 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양자 컴퓨팅 서비스 및 활용체계구축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에는 메가존클라우드가 공동연구기관으로, SDT 주식회사, 숙명여자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국립금오공과대학교 등이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특히, 이온 트랩 기반 양자 컴퓨터 제조회사인 아이온큐(IonQ)의 차세대 시스템 ‘Tempo’가 KISTI 대전 본원에 도입·설치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양자 컴퓨터 구축부터 서비스 플랫폼 개발 및 구축, 양자 컴퓨터-슈퍼컴퓨터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 개발, 사용자 지원 및 확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이 추진된다.



KISTI는 오랫동안 국가 슈퍼컴퓨팅 인프라 운영 및 서비스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이번 양자 컴퓨팅 인프라의 구축 및 운영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2026년 가동 예정인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와 연계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연구자들이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실질적인 과학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KISTI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그치지 않고, 협력 기관과 함께 양자 컴퓨팅 교육 프로그램, 실습 기반 해커톤 및 워크숍, 산업 맞춤형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산학연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양자 컴퓨팅 활용 연구 및 산업의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미래를 향한 비전

양자 컴퓨팅 연구의 성패는 하드웨어 역량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량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알고리즘 개발, 활용 사례의 축적, 클라우드 기반 연구·교육 환경 조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는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나아가 산업계와의 연계를 강화해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자 컴퓨팅을 국가 전략기술로써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준비가 요구되는 분야다.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는 초고성능 컴퓨팅 역량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국가 전략기술 확보와 연구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는다면, 우리는 양자 컴퓨팅을 통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