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2025 미래유망기술 컨퍼런스’ 성료
11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25 미래유망기술컨퍼런스’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 대응 미래유망기술(Human & AI United for Climate Action)’을 주제로, 산·학·연·정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인류세의 경고, 과학기술의 역할
기조강연을 맡은 서울대학교 박정재 교수는 ‘인류세를 말하다-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를 주제로, 인간 활동이 지구환경을 결정하는 시대, 즉 인류세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세기 중반부터 생태계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대가속 시대’를 언급하며, 현재 적도 태평양 산호초의 폐사율이 약 60%에 달하며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기온이 상승하면 전 세계 산호초가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7℃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 이는 식량 위기를 비롯한 해양 생태계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불공평하게 돌아가는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문제도 지적했다. 과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었던 저위도 지역의 국가들이 해수면 상승, 가뭄 등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즉각적으로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해 책임질 일을 하지 않은 국가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박 교수는 기후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생태계 위기’ 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생태계 종 다양성 감소와 멸종률 증가는 식량 위기로 직결되며, 무엇보다 “생태계가 망가진 상태에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2009년부터 지구환경의 위험도를 진단하는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9가지 중 현재 6개가 이미 위험 구간에 진입 했으며, 이는 환경 교란의 심화 정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 악화는 대규모 난민 문제를 불러온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2050년 약 1억 7천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안전국가’가 아니다
‘세션 1: 기후위기의 현주소’의 첫 번째 강연에서 KISTI 권태훈 글로벌R&D 분석센터 팀장은 ‘UN SDG 관점에서 본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R&D: 글로벌 비교를 통한 현주소 분석’을 주제로 KISTI의 AI 분석과 학계 발표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수치로 확인시켜 주었다. 권 팀장은 “우리나라의 지표면 온도 증가율은 세계 평균의 1.5배, 해수면 상승 속도는 1.4배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더 이상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R&D 투자 현황이다. 권팀장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비율 대비 SDG13(기후변화 대응) 논문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체 논문 대비 SDG13 논문 비중은 4.5% 로 세계 평균 6.8%보다 낮다”고 분석 했다. 우리나라의 SDG13 논문 수는 G20 국가 중 13위, 우수 논문 비율은 15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양적·질적 측면 모두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연기반 해법, 토양에서 답을 찾다
이어 경희대학교 유가영 교수는 ‘기후 변화와 자연 기반 해법-토양 탄소 저장과 격리’를 주제로 혁신적인 탄소 제거 기술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토양에 저장된 탄소량은 육상 식생과 대기 중 탄소를 합한 것보다 2배 이상 많다”며 토양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차 (Biochar) 기술과 강화된 암석 풍화 (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소개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해 얻은 탄소 기반 물질로, 토양에 투입하면 100년 이상 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유 교수는 “바이오차는 탄소 저장뿐 아니라 토양 개량, 생산량 증대 등 다양한 공편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마티 카본(Mati Carbon)은 강화된 암석 풍화 기술로 일론 머스크가 주최한 탄소 제거 대회 XPRIZE에서 그랜드 프라이즈를 수상하며 5천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이 기술은 암석을 미세하게 분쇄해 농경지에 살포하면 암석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며 탄소를 흡수한다. 2만 명 이상의 농부와 협력하며 생산성 증대와 탄소 크레딧 발급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딜레마와 해법
LG CNS 조원혁 데이터센터사업단장은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소비 문제와 해법을 제시했다. 조 단장은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현재 전세계 전력의 1.5%지만, 2030년에는 3%로 증가해 일본 전체 전력 사용량과 맞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GPU 기반 AI 서버의 등장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과거 메인프레임 시대 랙당 1kW 였던 전력 사용량이 현재 GPU 서버는 50kW, 차세대 모델은 200~300kW 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 단장은 해법으로 액체 냉각(Liquid Cooling) 기술, 친환경 에너지원 활용,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를 제시했다. 특히 LG가 올해 싱가포르에서 런칭한 액체 냉각 기술은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의 50%를 절감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찾아낸 미래기술 12선
김소영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장은 KISTI의 AI 기반 미래기술예측 모델로 도출한 ‘기후전환을 이끄는 미래 유망기술 12선’을 발표했다. 김 센터장은 “전통적인 전문가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400명 규모의 가상전문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딥러닝 기반 예측과 서지 계량학적 분석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12개 기술은 감축 6개, 적응 6개로 구성됐다. 감축 분야에는 ▲광촉매 이종접합 기반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술 ▲바이오차를 활용한 토양 탄소 격리 ▲태양광 열병합 발전 기술 ▲풍력-파력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 고성능 열관리용 다기능 에어로젤 소재 ▲지속가능한 대체육 기술이 포함됐다. 적응 분야에는 ▲딥러닝 기반 수중 생태계 모니터링 ▲기후변화 대응 가뭄 모니터링 및 예측 기술 ▲고효율 유수분 분리 멤브레인 기술 ▲식물 성장 촉진 및 스트레스 내성 향상을 위한 미생물 기술 ▲도시 홍수 관리를 위한 통합 녹색-회색 배수 시스템 ▲위성 기반 글로벌 식생 및 토지 피복 모니터링 기술이 선정됐다. 김 센터장은 “이번 선정 기술들의 특징은 단일 기술보다 하이브리드형, 플랫폼형 기술이 많다는 것”이라며 “기후 전환은 개별 기술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혁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기후테크, 시장에서 찾은 유망 아이템 10선
마지막으로 윤성욱 KISTI 기술사업 화연구센터 팀장은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후테크 유망 사업화 아이템 10선’을 공개했다. 윤팀장은 “10만 5천여 개 기후테크 기업 중 투자 유치 규모와 성장 속도를 고려해 상위 5% 기업의 아이템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10개 아이템은 ▲재생에너지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그리드폼 인버터 ▲고순도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직접 공기 포집 ▲지속가능 항공유 ▲유전자 편집 질소 고정 미생물 ▲산업 부산물 혼합 저탄소 시멘트 ▲차세대 소형 풍력 터빈 ▲분산 에너지 오케스트레이션 가상발전소 ▲우주 태양광 ▲용융산화물 전기분해 기반 저탄소 강철이다. 특히 중소기업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템도 제시됐다. 그리드폼 인버터 분야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에서는 교환막 소재 국산화, 직접 공기 포집에서는 금속유기골격체 기반 흡착제, 지속가능 항공유에서는 폐식용유 수거 및 품질 인증 사업 등을 제안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AI와 인간의 협업이 만들어낸 실질적인 기후 대응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데이터 기반 분석과 전문가 통찰이 결합된 결과물이 기술 탈동조화 시대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입을 모았다. KISTI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제시된 미래 기술과 사업화 아이템을 기반으로 ‘AI 기반 기후기술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기후테크 산업 활성화 및 국가 R&D 전략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전환하는 여정에서 과학기술과 AI가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