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의 열정, 그때로 시간을 되돌려 보다...
인터뷰 | 이정희 박사(前 KISTI 감사 / 정책연구부장)
KISTI의 「지식정보인프라」가 통권 100호 발간을 맞았다. 100호의 출발점이 된 창간호 발간을 총괄한 이정희 전 감사가 25년 만에 창간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당시의 치열한 시간, 지식정보인프라에 담았던 정신,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려주었다.

100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정희 전 감사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먼저 100호 발간을 향한 깊은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지식정보인프라」의 100호 발간은 KISTI의 역사이자 미래 과학기술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국가 연구자 누구나 과학기술 지식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온 KISTI의 노력이 집약된 결과입니다.”
이 전 감사는 100이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보다 지난 25년간 끊임없이 변화한 과학기술 환경 속에서 「지식정보인프라」가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지금은 1년이면 풍경이 바뀌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발간돼 온 「지식정보인프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정보인프라는 KISTI의 얼굴
이 전 감사는 창간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역동적인 시기였다”고 말한다. 1999년 9월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의 슈퍼컴퓨팅센터를 인수하고, 2000년 2월 8일 공공기술연구회 이사회에 KORDIC과 산업기술정보원(KINITI)의 통합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2000년 4월, 「지식정보인프라」 창간호가 KORDIC 명의로 발간되며 세상에 나왔다. 이어 7월 2호, 10월 3호가 연이어 발간되었고, 2001년 1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공식 출범과 함께 4호가 KISTI 이름으로 발행되었다.
“KISTI가 출범하기도 전에 기관지부터 먼저 등장한 셈입니다. 그만큼 기관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했고, 「지식정보인프라」가 그 역할을 맡았던 것입니다. 「지식정보인프라」는 ‘KISTI의 얼굴’이었습니다.”
존폐의 기로에서 1위로, 창간의 순간들
이 전 감사는 창간호를 맡았던 시기를 ‘몰입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작업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어요. 매일 새벽 3시까지 작업하고 또 하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나 싶습니다.” 이러한 열정은 당시 위기에 놓여 있던 KISTI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었다. 당시 통합 초기의 KISTI는 기관평가에서 최하위였고, 심지어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위기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관지라도 ‘1등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이 잡지가 기관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하고 통합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마침내 2003년, KISTI는 기관평가 1위를 달성했다. 그 감격의 순간은 ‘과학한국의 길잡이(2006.7. 발행)’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전한다.
창간을 가능하게 한 힘, 열정과 목표
이 전 감사는 당시의 작업일지와 일기장을 지금까지 보관해 오고 있었다. 그 기록에는 창간 과정의 수많은 고민과 결정, 치열한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25년이 지나 기억이 흐릿했는데, 다행히 제가 남겨둔 작업일지와 일기를 들여다보니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노하우도, 전문 인력도 없이 창간호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창간호 준비에 임했다. 원고 확보·편집·행정 절차 등 창간 과정에서 호락호락하게 진행된 작업은 없었다. “기관의 통합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대내외에 알리며, 산학연과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절실했습니다. 「지식정보인프라」가 그 역할을 해내야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열정으로 채웠던 것 같습니다.” 「지식정보인프라」의 창간 구성원들은 경험은 부족했지만, 단단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지식·정보·인프라를 한 권에 담다
「지식정보인프라」는 KISTI의 핵심 활동과 최신 과학기술 정보를 대내외에 공유함으로써 소통을 증진하고, 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과학기술데이터, 데이터분석기술 등 과학기술 인프라를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성과를 널리 확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진흥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간되었다. 창간 당시 콘텐츠는 과학기술정보, 연구데이터, 정보분석 서비스, 연구인프라, 연구개발(R&D) 정보 활용 및 공유·협업 기능 등으로 구성됐다. 창간호는 학회 150부, 연구망 회원 300부, 슈퍼컴 508부, 해외 동향지 배포처 330부 등 총 1,288부가 배포됐다. “국가 과학기술 관련 연구기관, 학회 및 협회, 산업체, 연구원 내부 및 관계자들이 주요 독자층이었습니다. 연구자와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식정보인프라」라는 핵심 비전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시대와 함께 진화한 「지식정보인프라」
최근 KISTI는 AI-Helper 기반의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도입, 사이언스온(ScienceON)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AI·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 체제, 디지털전환(DX) 시대에 호응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가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식정보인프라」 또한 기존의 정보 제공 역할을 넘어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 맞춤형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전 감사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창간 당시 구축한 큰 틀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시대적 언어는 달라졌지만, KISTI의 핵심 R&D 정보·데이터 인프라를 연결해 국가 연구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본질은 그대로 입니다. 99호와 100호를 보면서 그 흐름이 분명히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한다.
100호를 넘어 새로운 100호를 향하여
이정희 전 감사는 100호를 기점으로 「지식정보인프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도 남겼다. “창간 정신을 준수하면서도 끊임없이 혁신해 200호를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지식정보인프라」가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견고한 토대로서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1. 역대 콘텐츠의 디지털 아카이빙
창간호부터 100호까지의 주요 자료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공개
2. 미래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 비전 제시
향후 10년·20년을 바라보는 연구 정보 플랫폼 전략을 기획
3. 독자 참여 기반의 콘텐츠 확대
기존의 소식지에서 ‘참여형 지식 플랫폼’으로 확장
이정희 전 감사의 회고 속에는 「지식정보인프라」가 단순한 내부 소식지가 아닌, 기관의 설립 철학·정신·비전까지 담아낸 기록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최선을 다한다’는 신념으로 시작된 창간호는 이제 100호를 넘어 KISTI의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창간호를 준비하던 시절처럼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정희 전 감사는 최근 천교도 관련 서적인 『교령의 시간』(한강출판사)을 출간하며 은퇴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