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글로벌 슈퍼컴퓨팅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알리다
박성욱 선임행정원(기획본부 대외협력실)
대한민국 초고성능컴퓨팅 역량 알리고 글로벌 슈퍼컴퓨터 동향 전파
2025년 11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SC25(Supercomputing Conference 25)가 개최됐다. 본 행사는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 글로벌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차세대 컴퓨팅 기술과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국제적인 기술 교류의 장으로, ‘엑사스케일 시대’라는 명제 아래 고도 연산과 AI 통합 기술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KISTI는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 대표기관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해 대한민국의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역량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글로벌 협력의 폭을 넓혔다.
대한민국 초고성능컴퓨팅의 위상을 알리다.
KISTI는 SC25 전시 부스를 통해 국가 슈퍼컴퓨팅 서비스, 산업·공공· 과학기술 분야 활용성과 예시, 연구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엔비디아(NVIDIA), HPE 등 해외 주요 기업 및 연구기관과 차세대 HPC 아키텍처, 국제 공동연구, 지속 가능한 슈퍼컴퓨팅 기술 등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했으며,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과 공동으로 국가 차원의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경쟁력을 국제무대에 소개했다.

현장 방문객들은 우리나라의 HPC 활용 범위가 산업계·공공분야·첨단 과학기술 연구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특히 AI 기반 연구 가속화 및 데이터 집약형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한 KISTI의 노력과 역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TOP500 발표, 엑사스케일 경쟁 본격화
SC25 기간 중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역시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TOP500 발표였다. TOP500은 1993년 독일에서 열린 ISC High Performance에서 시작되었으며, 같은 해 11월 SC93을 위해 두 번째 버전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비교 평가를 통해 HPC 시장 변화의 흐름을 확인하고 시스템 시장을 분석하는 대표 자료로 정착되었다. TOP500은 유럽에서 개최되는 ISC와 미국에서 개최되는 SC에서 연 2회 발표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HPC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번 SC25에서 발표된 TOP500 결과, 기존에 구축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LLNL)의 엘 캐피탄(El Capitan)이 실측 성능 1.809엑사플롭스(EFLOPS)로 1위를 유지하며 가장 강력한 성능의 슈퍼컴퓨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미국의 프론티어(Frontier, 1.353엑사 플롭스), 오로라(Aurora, 1.012엑사플롭스)가그 뒤를 이었으며, 독일 율리히(Jülich) 슈퍼컴퓨팅센터의 주피터 부스터(JUPITER Booster)가 유럽 최초로 엑사스케일 성능을 달성하며 4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 처음 등장한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로 글로벌 엑사스케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애저 (Azure) 기반의 ‘이글(Eagle)’ 시스템이 5위를 유지하며 클라우드 기반 HPC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TOP500 발표는 아키텍처 혁신의 가속, 혼합정밀도 연산의 확대, 지속 가능한 엑사스케일 성능을 향한 산업계의 꾸준한 진전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HPC 발전의 또 다른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는 Green500에서는 프랑스 툴루즈대학(University of Toulouse) CALMIP (Calcul en Midi-Pyrénées)의 KAIROS, 프랑스 레임스대학(University of Reims) ROMEO HPC Center의 ROMEO-2025, 독일 기후컴퓨팅센터 (DKRZ)의 Levante GPU Extension 등 엔비디아 Grace Hopper 기반 시스템(CPU+GPU 일관성 메모리 모델 제공)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대규모 AI 및 HPC 응용을 위해 설계된 획기적인 프로세서 중심의 기술 발전 방향을 명확히 보여줬다.
대한민국 TOP500 현황과 KISTI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한강(HANGANG)’
우리나라는 TOP500 등재 HPC 시스템 국가별 점유율에서 보유 대수 기준 15대(3.0%)로 세계 8위, 실측 성능 합산 기준 323.11페타 플롭스로 역시 8위를 기록했다. 국내 보유 HPC 시스템 중 삼성전자의 ‘SSC-24’가 21위로 국내 시스템 중 1위를 차지했으며, 네이버의 ‘세종(Sejong)’(57위)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클라우드(kakaocloud)’(59위)가 뒤를 이었다. 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Nurion)은 실측 성능 13.93 PFLOPS로 126위를 기록했다.

현재 KISTI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 차세대 슈퍼컴퓨터 6호기는 공모전을 통해 ‘한강(HANGANG)’으로 명명했으며 이는 끊임없는 흐름과 연결성, 국가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 초대형 연산 규모와 확장성, 그리고 한강의 풍부한 수량과 유구한 역사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강(HANGANG)’은 GPU 기반 시스템으로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9,936개, 엔비디아 GPU(GH200 등) 8,496개 등을 탑재하여 600페타플롭스(PF)*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대규모 정밀 계산과학, 반도체·바이오 소재 개발, 신약 개발, 기상·재난 등 기후변화 예측, 초거대 AI 국가전략 연구 등 다학제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 페타플롭스(PetaFlops) : 1초당 1,000조 번 연산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
모두를 위한 초고성능컴퓨팅, KISTI의 역할
SC25 행사 현장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국가 연구 역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인 HPC는 이제 단순한 계산 자원을 넘어 ‘과학기술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과 둘째, 대한민국 HPC 역량의 현재 수준과 향후 성장 가능성이 세계 무대 에서 점차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SC25의 Keynote 스피커인 토마스 쿨로풀로스(Thomas Koulopoulos) 보스턴 델파이 그룹 이사장은 “Gigatrends: The Exponential Forces Shaping Our Digital Future(우리의 디지털 미래를 형성하는 기하급수적인 요인들)”이라는 주제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를 넘어선 Beyond AGI 시대에는 AI가 단순히 연산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학습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장치, 원격 모니터링, AI 진단 등을 결합한 가상 진료(Ambient Virtual Care) 모델이 트렌드로 부상하며, 이를 위한 HPC 및 AI 인프라가 정확히 실시간/엣지 환경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기술이 바꾸는 궤적(trajectory)이 아니라, 기술이 유도하는 행동에 주목하라고 강조했으며, 이는 HPC/AI 조직이 단순히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세스와 역량, 나아가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SC25 행사에서 발표된 주요 논문은 Scientific AI와 결합한 고성능컴퓨팅 시뮬레이션 논문들이 상당수를 차지해 Simulation + Data + AI 결합하는 연구 주제가 글로벌 트렌드임을 뒷받침했다.

KISTI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GPU 기반 인프라, 고속 네트워크, 친환경 냉각기술 등을 포함한 차세대 아키텍처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계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지원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이번 SC25에서 이뤄진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 확대는 한국 HPC 생태계의 외연을 키우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협력은 물론 산업계·학계와의 공동 협력 모델을 통해 글로벌 슈퍼컴퓨팅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한국형 HPC·AI·Data 융합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